경을 다 읽을 필요없이 제목만 외워도 공덕이 있을까

  옛날 어느 사람이 경전을 옮겨적는 사경(寫經)의 공덕이 크다고 하니까 부모를 천도하기 위하여 그 경전의 제목을 막 쓰자마자 부모가 벌써 지옥에서 천상으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.

 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경전을 서사하기 위해 시장에 가서 종이를 사는데 그 순간 부모가 천도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. 이 이야기는 우리 인간이 올바른 한 마음을 냈을 때 그 가운데 이미 공덕이 성취되어 있음을 나타내보인 것입니다.

  원래 우리는 본질적으로 우주만유의 진리와 하나로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한 마음을 낸 순간 이미 이루어지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.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에만 맹종하여 오직 마음내는 것만 중요시해서 독경 등의 수행과정을 무시한 채 그 공덕만을 바란다면 그렇게는 되지 않습니다.

 공덕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해도 기도와 독경은 계속하여야 할 것인데, 간편한 것만을 선택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수행은 공덕을 바랄 수 없습니다.

  경전의 제목만 외워도 공덕이 있다는 것은 임종시 나무아미타불을 일곱 번만 염송하여도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일종의 방편 교설입니다. 경전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 제목만이라도 외우도록 한 것이지 경전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.

  경전의 제목을 외운다는 것은 우리가 삼귀의를 했을 때의 대상은 불 . 법 . 승 가운데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전의 제목을 외움으로써 법에 귀의한다는 수행의 의미입니다. 이는 부처님을 염하는 염불, 진언을 외우는 염송과 같은 기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. 그 경전의 제목을 외우면서 경전의 함축된 내용을 떠올리는 수행방법이지만, 여기에 덧붙여 경전을 독송하는 수행을 행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수행이 될 것입니다.